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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일 시청역 근처에서 2018년 제네시스 G80 차량의 역주행 사고로 9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조선호텔 주차장을 빠져나온 차량 운전자는 진입금지 표시가 있는 일방통행길을 200m가량 역주행했다. 그 짧은 구간을 시속 100㎞ 이상으로 달리다가 BMW 차량과 소나타 차량을 잇달아 들이받고 인도로 돌진해 보행자 9명이 사망했다. 가해자인 1955년생 68세의 차모씨가 몰던 차량은 2018년식 제네시스 G80으로 전방 차량 또는 보행자와 충돌 위험이 감지될 경우, 긴급 제동을 통해 충돌을 회피하거나 저감하는 자동긴급제동시스템 AEB(Autonomous Emergency Braking) 기능이 있는 차량이었다.
이 사고의 원인에 대해 “운전자 과실이다. 급발진 사고다”라며 전문가들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엄경웅 유원대 교수는 급발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고 대림대 김필수 교수도 운전자 과실일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반면 박병일 자동차 명장은 자동차의 결함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주장했다. 운전자 과실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가해자의 음성이 기록된 블랙박스에서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다급한 음성들이 들리지 않은 점, CCTV에서 가해 차량의 브레이크등이 확인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경찰조사 결과 사고기록장치인 EDR에서도 브레이크는 밟지 않고 가속페달만 90% 이상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동차 결함을 주장하는 측은 블랙박스의 운전자 내외의 음성이 들리지 않은 점은 워낙 짧은 구간을 짧은 시간 동안에 통과했기 때문이며,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로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는 방식이 아니라 ECU를 거쳐서 브레이크등이 들어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ECU 고장이라면 브레이크등이 들어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긴급상황에서의 자동긴급제동시스템의 작동 문제
사고차량은 전방충돌방지보조 장치가 설치된 차량으로 전방에 차량이나 보행자와 충돌위험을 감지할 경우 긴급제동으로 충돌을 피할 수 있다. 하지만 긴급제동시스템은 일부 특정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일정 속도 이상의 고속주행 시 급제동을 하게 되면 오히려 사고를 유발할 수 있기에 작동하지 않으며, 긴급제동작동 중에도 악셀레이터를 밟으면 긴급제동이 해제된다. 이는 특수한 상황에서 자율주행보다 운전자의 판단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급상황에서 기계의 판단과 인간의 판단 중 어느 것을 더 중시하느냐에 있어서 논란이 있다. 긴급상황에서는 인간은 이성적 판단이 아닌 감정적인 판단을 하므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인간의 뇌에서 전두엽에서 이성적 사고를, 편도체에서 감정적 사고를 하는데 긴급상황에서 인간은 전두엽보다 편도체가 더 활성화된다. 즉 인간의 뇌는 긴급상황에서 전두엽의 기능을 차단하고 편도체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패닉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인간의 판단력을 믿을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기본적인 사고 개념의 차이가 있다. 유럽의 경우 긴급상황에서는 인간의 판단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전제로 삼고 인공지능에게 제어를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 안전하다고 판단한다. 반면에 미국은 긴급상황에서는 오히려 인간에게 판단을 맡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항공기를 설계하는 프랑스의 에어버스는 긴급상황에서 인간보다 자동항법장치가 작동하는 비행기 설계를 하지만, 미국의 보잉사는 인간이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인공지능은 자동으로 끊어지고 수동으로 조종할 수 있는 항공기를 제작한다. 자율주행자동차도 미국에서 먼저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이러한 알고리즘을 따르고 있다. 이번 사고의 원인이 자동차 급발진이냐, 운전자 과실이냐는 법원의 판결을 통해 결정 나겠지만 과거에 이와 유사한 사고들은 수없이 많이 있었다.
▶판교 급발진 사고
2020년 10월 28일 판교에서 한 여성 운전자가 간단한 업무를 본 뒤 자신의 차에 탑승했다. 당시 차는 시동이 걸려있는 상태였는데 출발한 생각이 없어 안전벨트조차 매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차량이 굉음을 내며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이후 차량은 어린이 보호구역과 사거리 3개를 빠른 속도로 지나쳤고, 신호등과 과속방지턱을 무시한 채 최대 120㎞/h의 속도로 달린 끝에 국기 게양대를 들이받고서야 멈춰 섰다. 사고 차량인 볼보 S60은 ‘파일럿 어시스트’라 부르는 ADAS 기능을 갖춘 반자동 자율주행차였다. 이 사고로 운전자는 전치 20주의 중상을 입었다. 당시에 상황은 시청역 역주행 사고와는 달리 블랙박스에 운전자의 다급한 음성이 모두 녹음이 되어 있었기에 자동차 급발진이 거의 확실해 보였다. 이에 피해자는 자동차 제작사인 볼보를 상대로 2억원대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이 사고를 차량의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사고로 인정하지 않았다.
▶강릉급발진 사고
2022년 12월 6일 68세의 한 여성이 몰던 티볼리 차량이 급발진해 신호 대기 중이던 모닝 차량을 추돌한 후 600m를 질주하다가 배수로에 추락했다. 이 사고로 같이 타고 있던 손자 이도현 군이 사망했다. 사고 차량인 티볼리는 자율주행 레벨2 차량이었다. 당시 운전자는 손자를 차로 학교, 학원을 데려다주고 있었는데 운전자는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됐다. 운전자는 급발진을 주장했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EDR 분석 결과 가속페달 변위량 100%, 제동페달 작동 여부는 ‘off’로 나타나 운전자는 브레이크 대신 악셀레이터를 세게 밟았다고 판단했다.
▶급발진 사고 원인
한국교통안전공단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13년간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는 766건이나 되지만 법원에서 급발진으로 인정된 사고는 지금까지 단 한 건도 없었다. 상기 두 건의 사고 또한 여러 정황상 급발진이 매우 의심이 되는 사고였음에도 불구하고 법원판결에서는 급발진사고로 인정하지 않았다. 급발진이 인정된 자동차 사고는 2018년에 발생한 BMW 급발진 의혹 소송이 유일한데 이 또한 1심에서 불인정한 급발진을 2심에서 인정한 사례이긴 하나 BMW의 상고로 현재 대법원이 심리 중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자동차 급발진 사고들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1.운전자의 착각
급발진 의심 사고를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운전자는 운전이 미숙한 사람들이거나 고령자들이다. 인지능력이 떨어지는 고령자들의 운전 실수와 착각으로 인해 급발진사고가 발생한다고 의심해 볼 수 있다. 인간은 착각하는 존재하기 때문에 자신의 신념에 확신이 서게 되면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더라도 분명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굳게 믿게 되기도 한다. 운전에 능숙한 사람들도 브레이크를 밟아야 할 상황에서 악셀레이터를 밟는 경우가 더러 있다. 하지만 이들은 바로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수정하지만 초보운전자나 고령운전자는 놀라서 더 강하게 밟아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렇게 자신이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악셀레이터를 밟았는지 구분도 못 하는 상태에서 무작정 급발진이라며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사람의 기억은 완벽하지 않으며 사람의 심리에 의해 무의식적으로 기억이 조작되기도 한다.
일단 내가 악셀레이터 대신에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믿어버리면 그 믿음을 강화하기 위해 있던 기억을 지우기도 하며 없던 기억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실수를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브레이크와 악셀레이터를 서로 나란히 배치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공학에는 혼잡성 회피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여러 개의 버튼과 조작장치가 나열된 경우 서로 정반대의 기능을 담당하는 버튼은 서로 멀리 이격시키거나 실수에 의해 조작 버튼을 잘못 작동시키지 않도록 버튼들 사이에 적당한 공간이 주어져야 한다는 원칙이다. 자동차에 악셀레이터나 브레이크를 서로 인접해 나란히 설치하는 경우는 매우 좋지 못한 설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설계를 하는 이유는 인류가 아직까지 더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2. 기계적 결함
기계적 결함으로 인해 급발진이 발생할 수도 있다. 악셀레이터의 스프링 노후로 인해 한번 밟았던 페달이 다시 제 자리로 돌아오지 않을 경우 급발진사고가 발생할 수 있고 브레이크 페달의 이상으로 인해 브레이크가 눌리지 않을 수도 있다. 디젤엔진은 플러그 점화 방식이 아니라 압축점화방식으로 엔진이 과열되면서 자연착화될 수도 있다. 또한 엔진 이상으로 인해 다량의 연료나 엔진오일이 실린더 내부로 과다 유입되거나 주변에서 누출된 도시가스가 공기흡입구를 통해 엔진 내부로 들어갈 수도 있다. 연료가 과잉 공급되면 속주 현상(run on)이 발생해 급발진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2016년 8월 3일에 발생한 산타페 급발진사고가 그러한 사고였다.
3.전자적 결함
과거에는 기화기 방식의 연료분사방식을 사용했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차량이 ECU(Electronic Control Unit)를 통한 연료제어 분사 방식을 사용한다. 따라서 ECU에 의해 제어되는 연료분사장치의 오작동으로 인해 급발진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ECU는 공기와 연료의 적정한 혼합비를 조절함으로써 배기가스의 감소, 연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이 전자장치는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전자적 오류가 발생하기도 한다. 과도한 습기 유입으로 인해 저항값이 바뀌거나, 도전성 먼지의 축적으로 인한 단락, 반도체의 반응속도와 출력값의 변화, 기판의 납땜 불량으로 반도체 칩이 기판에서 떨어지는 냉납현상(cold solder)의 발생, 강한 전자기 펄스(EMP)에 의한 RPM의 급상승 등 모두가 급발진 사고를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하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경우는 없다.
4.제동장치의 결함
제동장치는 사람의 다리에서 발생하는 작은 힘으로 사람보다 수십 배가 무거운 차를 신속히 정지시켜야 하기 때문에 작은 힘으로 큰 힘을 낼 수 있는 유압식 브레이크를 사용한다.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지렛대의 원리에 의해 힘은 5배 정도로 증가되며 배력장치(brake booster)를 통해 그 힘이 바퀴에 전달된다. 배력장치는 브레이크의 힘을 더 증폭시켜주는 역할을 하는데 디젤엔진은 별도로 설치된 진공펌프에서 생성되는 진공압을 이용하는 반면, 가솔린 엔진은 별도의 진공펌프 없이 흡기관(intake manifold)에서 만들어지는 압력을 빌려 쓴다. 따라서 대부분의 급발진 사고가 디젤기관보다는 가솔린 기관에서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이 흡기관이 이상으로 보기도 한다.
▶입증책임의 문제
자동차의 급발진사고를 일으키는 원인들은 다양하지만 어느 것 하나 명확하게 규명된 것이 없고, 대부분의 법원의 판결들이 급발진 사고로 보지 않는 이유는 입증책임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입증책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항으로 소비자가 자동차 회사의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제조물 책임법에 따라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사실을 입증해야만 한다.
①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사용되는 상태에서 피해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
②그 손해가 제조업자의 실질적인 지배 영역에 속한 원인으로부터 초래되었다는 사실
③그 손해가 해당 제조물의 결함 없이는 통상적으로 발생하지 아니한다는 사실
소비자가 부담하는 이 큰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입증책임의 문제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과거로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다. 강릉 급발진 사고의 피해자인 이도현 군의 아버지 이상훈 씨는 2023년에 국회에 ‘제조물 책임법’ 개정을 청원했고 더불어민주당의 허영 의원 등은 소비자가 아닌 자동차 제조회사가 입증책임을 지는 제조물 책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도현이법’이다. 사회적 약자이자 비전문가인 소비자가 이렇게 까다로운 입증책임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미국은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여 운전자가 정상적인 방법으로 운전했음에도 자동차가 적절하게 작동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입증하면 된다. 하지만 여기에도 운전자가 악셀레이터를 밟지 않았음을 입증해야 한다는 숙제가 남는다.
이번 역주행 사고는 앞으로 우리가 맞게 될 자율주행차 시대에서 해결할 문제점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자동차 자율주행 시대에 대비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판교와 강릉의 급발진사고는 모두 자율주행 레벨2인 차량에서 발생했다. 레벨2는 운전자를 보조하는 지원 장치만 있을 뿐, 레벨3부터를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 자동차다다. 한국은 2020년 7월에 세계 최초로자율주행 자동차에에 대한 레벨3 안전기준을 제정해 공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고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레벨3 자율자동차 상용화에 실패하는 이유는 급발진 사고와 같이 자동차 사고 책임에 대한 명확한 체계가 마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레벨3로 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급발진 사고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이에 대해 자동차회사는 보다 능동적인인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자율주행차에는 자율주행기록장치(DSSAD)가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에서 사고 발생 시 교통사고의 책임소재를 분석하려면 사고 당시 차량에 대한 제어권이 누구에게 있었는지를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에서 이슈가 됐던 것도 자동차 사고기록장치인 EDR(Event Data Recorder)이었다. EDR은 차량 주행 중에 충돌 등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와 관련된 운행 정보를 일정 시간 기록하는데, 과거로부터 그 신뢰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필수 교수는 급발진 사고가 날 때마다 EDR은 ‘100, 99, off’(스로틀밸브 100%, 브레이크 off)라는 결과가 나오는데, 공학적으로 절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정보가 기록되는 시간도 운행 정보를 분석하기에 매우 짧은 5초다. 따라서 미국은 이것을 20초 이상으로 늘리는 법 개정안을 예고한 상태이다. 따라서 우리도 급발진 사고에 대한 더 많은 주행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EDR의 용량을 늘려야 한다. EDR에 저장된 정보를 보기 위해서는 데이터 추출장비도 개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차량들이 보쉬(Bosch)사의 CDR(Crash data retrieval) 장비를 사용하는데 국내 현대·기아차는 VCI(Vehicle Communication Interface)라는 전용 장비를 쓴다. 따라서 VCI 장비가 아닌 다른 장비로는 추출이 불가능해 국과수가 EDR데이타를 요구하더라도 자동차 회사가 거부하면 열람할 방법이 없다.
또한 급발진 사고 시 운전자의 실수로 브레이크 대신 악셀레이터를 밟을 수도 있다는 자동차 제조사의 주장은 페달블랙박스라는 것을 설치하면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일부 소비자들은 급발진사고에 대비해 자비로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하는 사람들도 있고 블랙박스 제조회사들도 EDR과 별개로 차량의 운행 정보를 기록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차량 제조사가 직접 차량을 제작할 때 자율주행기록장치에 준하는 EDR을 설치하든지 페달 블랙박스를 설치해 출시하면 이러한 급발진사고에 대한 입증책임의 문제는 어느 정도는 해결될 수 있다. 금번에 발생한 시청역 역주행 사고는 매우 안타까운 사고였다. 이러한 사고가 다시를 발생하지 않기 위해 억울한 피해자가 발생하는 일이 없기 위해서라도 정부와 관련기관은 급발진 사고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김 훈 리스크랩 연구소장(공학박사/기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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