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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대 운전자, 갈비뼈 골절로 치료 중
- 음주·마약 간이 측정 결과는 ‘음성’
- 경찰, 블랙박스·CCTV 영상 확보 완료
- “교통사고특례법 업무상과실 등 입건”
지난 1일 밤 행인 9명을 숨지게 한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차량돌진 사고의 가해 운전자 A씨(68)는 40년 넘는 운전 경력을 지닌 버스운전 기사로 밝혀졌다. A씨는 “급발진 사고”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2일 A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에 착수했다. 희생자들은 서울시청 공무원·병원·은행 직원 등 대부분 퇴근 후 회식을 하고서 집으로 돌아가던 직장인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이날 오전 브리핑을 열고 “전날 사고로 보행자 9명이 사망하고, 가해차량 운전자와 동승자, 피해차량 운전자 2명 등 총 6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전날 알려진 사상자 13명에서 경상으로 병원에 입원하지 않은 BMW, 소나타 차주 1명씩이 추가됐다. 경찰은 가해 운전자 A씨를 교통사고특례법상 업무상과실·중과실 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사건은 A씨의 제네시스 G80 차량이 전날 오후 9시27분쯤 웨스틴조선호텔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와 일방통행로를 200m 이상 빠르게 역주행하다 인도로 돌진하면서 벌어졌다. 차도와 인도를 가르는 안전 펜스 쇠봉이 무너질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A씨는 사고 직후 차량 급발진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A씨는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고 조선일보에 밝혔다. A씨가 몰던 차량은 2022년 6월과 올해 5월 두 차례에 걸쳐 차량정비업체에서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모든 항목에서 ‘양호’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동승했던 A씨의 아내도 언론 인터뷰에서 “갑자기 급발진하면서 역주행이 일어났다”며 “유족들께 죄송하고, 돌아가신 분에게 뭐라 말씀드릴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신병을 확보했지만 갈비뼈 골절로 병원에서 치료 중이라 대면 조사는 하지 못했다. 경찰은 A씨의 건강이 호전되는 대로 진술을 받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사고 당시 A씨가 도주를 시도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음주·마약 간이 측정을 한 결과 ‘음성’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A씨가 이송된 병원에서 채혈도 했다. 경찰은 사상자가 15명인 중대범죄라는 점을 감안해 구속수사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정용우 남대문경찰서 교통과장은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하겠다”면서 “사건을 진행하면서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다각도로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 및 블랙박스 영상,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사고 당시 브레이크를 밟았는지 여부 등을 밝히기 위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은 사고기록장치(EDR) 분석도 진행할 예정이다. 사고 차량은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넘겨졌다. 국과수가 급발진 결함 등 차체를 검사하는 데엔 1~2달이 소요될 전망이다.
A씨는 경기 안산시 소재 여객운송업체에서 35인승 시내버스 운전기사로 확인됐다. 회사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A씨가 촉탁직으로 1년4개월을 일했고, 입사 후 사고를 낸 적이 없다”며 “난폭운전 등 민원이 들어온 적도 없는 평범한 기사였다”고 말했다. A씨는 1974년 버스 면허를 취득했다. 이 관계자는 “1980~1990년대에 서울 시내버스 회사에서 6~7년쯤 기사로 일한 것으로 안다”며 “지난해 2월4일 우리 회사에 오기 전까지는 트레일러를 몰았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숨진 사람은 50대 남성 4명, 30대 남성 4명, 40대 남성 1명이다. 서울시청 공무원, 병원·은행 직원 등으로 대부분 퇴근 후 회식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경찰은 피해자 전담 경찰관을 지정하는 등 유족 지원 방안을 논의 중이다.
2일 서울 중구 남대문경찰서에서 경찰 견인차가 시청역 인도 차량돌진 사고 가해차량을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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