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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송현 진해구 남문지구 웅천동 무지개어린이집 원장
나눔은 생명이다. 그것은 삶을 지피는 불꽃이다. 마음만 있으면 기적이 일어나는 마법의 손이다. 온기가 데워지고 자신에게 기쁨을 선물한다. 아픔은 나누고 기쁨은 더한다. 뺄셈이 없으니 공동체가 건강하다. 어쩌다 이별의 눈빛을 나눌 때는 마지막 잎새의 쓸쓸함을 보듬는다. 구세군이 아기 예수 탄생을 축복할 때는 작은 촛불이 세상을 밝힌다. 촛불은 자신을 사르면서 고단한 하루를 빛나게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나눔의 본질은 당신 곁에 내가 있다는 것. 희뿌연 어둠이 걷힌 그곳에 사랑을.
초여름은 봄날을 잘 살아온 생명의 향연장이다. 진초록의 나무는 잎사귀로 춤사위를 한다. 화사한 꽃들이 만개하고 바람은 상큼한 향기를 실어오면서 살랑살랑 속삭인다. 꽃들은 색색으로 활짝 웃는다. 아이들은 매미채를 들고 신나게 뛰어놀며 여름의 시작을 알린다. 이 특별한 계절은 자연의 소리와 함께하는 마음의 쉼표 역할을 한다. 찬란한 봄을 보냈는데도 비틀거리지 않는다. 초여름의 축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음이 열리고 소중한 순간이 가까이 오고 있다.
제2회 무지개 플리마켓 개최 후 참가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여름의 문턱에서 ‘무지개’ 아이들과 새로운 놀이를 하였다. 창작 무대의 각본과 진행의 주인공은 아이들이다. 집에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나 불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와 직접 판매도 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기도 하는 시장놀이다. 물물 교환은 아이의 마음에 훈풍이 돈다. 내 물건이 흥정으로 변신하니 신기해하면서 눈이 쏠린다.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이 어느새 거상이 되고 무역상이 되는 꿈을 꾸는지 자못 진지하다.
재래시장의 모형을 본뜨니 책상 위에는 기증받은 옷과 장난감과 책등의 생필품이 가득하다. 떡볶이와 아이스크림 등의 먹거리장터는 분위기를 돋우고 사고팔고 남은 몇 푼의 이윤이 긴요하게 사용된 셈이다. 몸으로 행동으로 실천으로 소득과 소비의 주체로 합리적 경제 현상을 체험하고, 현장의 얼굴이 현장의 교육이 된다는 자본시장 논리를 아이들이 본능적으로 학습하고 있었다.
상인이 된 6.7세 헝님들은 ‘자, 골라 골라' '좋은 물건 많아요' ’ 싸요, 싸요 싸게 팔아요'라면서 손을 들고 유인하는 호객 행위가 팔팔 살아있다. 동생들은 손님이 되어 '얼마인가요?' '깎아 주세요. 라며 연습한 앵무새처럼 따라 하지만 진심이 담겨있다. 오일장이 난전 시장처럼 교실은 시끌벅적하다. 철부지 같은 아이들은 기특했다. 형이 동생 손을 잡고 물건과 간식을 사주는 모습에 유년 시절의 오빠 모습이 떠올랐다. 오빠의 사랑이 전해지니 두 손을 펴지 못하고 꽈 지었다. 오빠는 떠나지 않았고 나는 떠나보낼 수 없었다.
무지개에서 경제교육을 하면서 모았던 용돈을 사용하였다. 아이들이 구매한 물건은 가정으로 가져가고 판매한 대금은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성금으로 기부했다. 공동체의 물줄기인 선한 경제교육을 아이들이 손 수 가꾸다니. 놀랍다. 나눔이 행복이라는 평범한 상식이 경제교육에서 이루어지니 한 뼘의 가치가 키워낸 무성한 숲을 이루리라. 어린이집의 경제교육은 어려운 이웃에게 후원도 하는 유익한 놀이 장터로 변신했다. 기부한 내용이 창원의 모 신문에 기고되어 뿌듯함도 함께 나누었다.
유년 시절 나는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다. 어머니의 자식 교육은 엄격했고 당신 자신이 모범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나온 사람이 전깃불 끄기, 양치할 때 물을 컵에 받기, 치약을 남기지 않고 꼭 짜기, 음식과 물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덜어서 먹기, 음식을 남기면 천벌을 받는다. 지옥 가서 남긴 음식과 물만 끝없이 먹어야 한다면서 채근을 하곤 했다.
어린이집 원장이 된 지금도 지구별에 빚지지 않으려고 몸에 밴 유전자로 알뜰살뜰 아나바다를 실천한다. 미니멀라이프와 미니멀리스트와 제로웨이스트로 생활신조를 실천하고 있다. 새것 중독되지 않기, 중복 구입하지 않기, 필요한 물건 기록하기 등으로 다양한 환경보호의 중요성과 자원 재활용을 어린이집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어릴 적에 우리 동네에는 5일 장터가 열렸다. 논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는 한적한 바닷가였다. 장터에는 쌀, 생선, 옷, 신발 등 농산물과 수산물이 넘쳤다. 할머니는 장날이면 어김없이 직접 논농사를 지은 쌀을 가지고 팔러 가셨다. 쌀을 생선이나 생필품으로 교환하기도 했다. 명절이면 장터에서 옷과 운동화를 사주시기도 했다. 빨간 내복을 선물 받았을 때는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빨간 내복을 뽐내며 명절을 보냈다. 나는 리어카에 쌀을 싣고 끌고 밀면서 할머니를 도왔다. 머리에 얹고 걸을 때는 다리가 후들거렸다. 그럴 때면 10원씩 주기도 하고 풀빵을 사주기도 했다. 나는 지금도 백화점이나 마트보다 재래시장을 좋아한다. 틈날 때마다 경화시장에서 호떡, 붕어빵, 어묵, 콩국 등을 사서 어린이집 선생님들에게 나누어 주기도 한다.
한바탕 시장 놀이가 끝나고 저녁 시간이 되었다. 무지개 가족들과 동네 주민들과 어린이집 앞 공원에서 아나바다 프리마켓을 열었다. 단순한 거래의 장이 아니라 이웃간의 소통과 공유의 공간이 성황리에 열렸다. 옷장 속에 잠자던 옷과 가방, 책장에 쌓인 책, 싫증 난 신과 장난감 등의 필요 없는 것이 이웃에 새 생명을 불어넣어 기쁨이 넘치는 활력이 되었다. 동네 마실 나오듯 여유 있게 나온 가족들은 공원에 자리를 잡고 재래시장 둘러보듯 어슬렁거리는 평온한 풍경이다.
해가 저물었다. 지역주민들과 함께 2시간 동안 노래와 춤으로 흥겨운 축제가 열렸다. 나도 숟가락 난타 공연을 선보였다. 어떤 분은 재미있다고 까르르 웃었고 또 어떤 분은 막춤으로 축제 분위기를 즐겼다. 빵, 주먹밥, 꼬지, 수박, 백설기, 아이스크림, 주스, 야채, 옷, 장난감 등의 가계는 활기가 넘쳤다. 아나바다 프리마켓은 성황리에 마쳤다. 수익금도 100만 원을 훌쩍 넘겼다. 판매한 금액을 지역의 소외된 이웃들을 돕기 위해 주민들과 무지개 아이들이 기부센터에 갔다.
따뜻한 나눔의 결실을 사회에 환원하는 가치를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해마다 나눔 행사가 이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을 토로하는 담담한 말들이 깊은 울림을 남겼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가득한 공원의 풍경이 초록 행복으로 물들어간다. 아이들은 그렇게 자기 인생 숲을 가꾼다. 한밤 자고 나면 한밤만큼 커가는 아이들처럼 어른이 되면 나무의 뿌리가 번진 길이만큼 숲도 무성해지는 원리를 새기리라.
▶한익 씨의 한마디
김송현 원장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면서 교육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올바른 운영이 진심으로 묻어 나오는 글이다.
윗글에는 조금도 가식이 없고 어린이집 운영을 생계수단으로 또한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는것보다는 대한민국의 아들 딸들을 올바르게 성장시키는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잘하고 있다고 본다. 창원진해구 남문지구 웅천동 '무지개어린이집'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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