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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주 뺑소니 후 도주한 현직 소방관
- "사고 후 소주·양주 추가로 마셨다" 주장
- 술자리 CCTV에 덜미잡혀…법정구속
음주운전 후 혈중알코올농도 측정을 방해하기 위해 추가 음주를 하는 일명 '술타기' 관행이 사회 문제로 지적받고 있는 가운데, 재판부가 피고인의 '후행 음주'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징역형을 선고한 사례가 나와 눈길을 끈다.
춘천지법 속초지원 형사1단독 장태영 판사는 지난 10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상),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최모(44)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현직 소방관인 최씨는 지난해 9월23일 지인과 술자리를 한 뒤 오후 8시께 속초의 한 편도 4차로 도로에서 직진을 하다 빨간불 신호에 따라 서 있던 60대 여성 A씨의 승용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린 최씨는 피해자에게 말을 건넨 뒤 다시 차에 타고 현장을 그대로 빠져나갔다. 이에 피해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최씨의 거주지를 특정해 찾아갔고, 사고가 난지 약 한 시간이 지난 오후 9시8분께 음주 측정을 했다. 당시 최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79%로 만취 수준이었다.
최씨는 재판 과정에서 앞선 술자리에서는 맥주를 조금 마셨을 뿐이고, 집에 도착해 소주와 양주를 마시고 잠이 들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측정한 혈중알코올농도는 사고 이후 마신 음주량에 대한 수치라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사고 당일 최씨의 행적이 담긴 CCTV를 분석해 증거로 제출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께부터 술자리를 했으며, 1차 식당에서 소주 6병과 맥주 1병을 주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1차 자리 중 일부 장면이 찍힌 CCTV 영상에는 최씨가 소주잔을 들고 소주를 마시는 듯한 모습이 약 15회 담겼다고 한다.
최씨는 이에 대해 당시 몸이 좋지 않아 소주잔에 소주를 받기만 하고 실제로는 마시지 않았다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술자리 동석자인 최씨의 지인 또한 법정에서 최씨가 식탁에 소주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최씨가 1차 식당에서 몸이 좋지 않아 상당한 양의 소주를 버렸다고 주장하면서 귀가한 후 아파트에서 소주 한 병과 이보다 2배 이상의 알코올 농도로 제조된 양주를 폭음했다는 주장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1차 식당에 머문 일부 시간 동안에만 한정하더라도 이미 상당한 양의 술을 마신 것으로 인정된다"고 최씨의 주장을 물리쳤다.
재판부는 "최씨는 2014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의 형사처벌을 받고도 상당한 주취 상태에서 재차 음주운전을 감행했고,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후행 음주 주장을 제기하며 음주운전을 감추고 시종일관 자신의 죄책을 회피하는 입장을 견지했다"며 "객관적이고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진실의 발견을 방해하면서 법원을 오도하려는 듯한 시도까지 했고, 그 책임과 비난 가능성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인정된다"며 양형 사유를 밝혔다.
▶ 행락철을 맞아 지난 4월17일 경기 수원시 장안구 광교산 입구에서 수원중부경찰서 소속 경찰들이 음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최씨처럼 음주 수치의 신뢰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추가 음주'를 활용하는 사법 방해 사례가 최근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이 같은 행위에 대한 처벌 사각지대를 보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6월18일 음주 뺑소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가수 김호중씨도 사고 당일 음주 측정을 피해 달아난 뒤 캔맥주를 구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술타기 시도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했다.
경찰은 당시 김씨의 행적을 추적해 음주량을 특정한 뒤 음주운전 혐의를 적용해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지만, 결국 기소 단계에서 음주운전 혐의는 제외됐다.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위드마크 공식으로는 음주 수치를 특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교통사고 전문 윤원섭 변호사는 "최씨 사건처럼 CCTV 영상 등 객관적인 증거가 확보돼 법정에서 음주량이 인정되는 사례는 흔치 않다"고 설명했다. 음주 수치의 신빙성을 떨어트리기 위해 추가 음주를 하는 경우 사고 전 음주량을 정확하게 산출해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윤 변호사는 "술타기 관행은 음주운전을 상습적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 회피 방법으로 서로 공유되고 있다"며 "이럴 때 적용하는 위드마크 공식이 있지만 사고 전 피고인이 얼마나 술을 마셨는지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면 공식 적용이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대검찰청은 김호중씨 사건의 논란이 커지던 지난 5월 이처럼 음주 측정을 회피하기 위한 추가 음주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신설 규정을 만들어 달라고 법무부에 건의했다.
입법 건의안에는 음주운전으로 교통사고를 일으켰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이 적발을 면할 목적으로 의도적으로 술을 더 마시면 1~5년의 징역 또는 500만원에서 2000만원 상당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검찰은 김호중씨 사례를 두고 "조직화되고 거듭된 거짓말로 법망을 빠져나가는 자를 제대로 처벌할 수 없는 입법 미비가 있음을 재확인했다"며 "국가형벌권의 적정한 행사를 위해서는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의 허위 진술, 음주 교통사고 후 의도적 추가 음주 등 사법 방해에 대한 처벌 규정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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