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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부친 손웅정 감독, 아동학대 피소 전말

by 한익 씨가 바라보는 사회 2024. 6. 29.

- 훈련 도중 폭언 · 폭력, 피멍 들자 부모가 고소…5억 합의 과정 녹취록 등장 등 양측 진실공방 가열

축구선수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유소년 축구 훈련기관 ‘SON축구아카데미’에서 손 감독과 코치진들이 소속 유소년 선수에 대한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로 피소됐다. 손 감독은 사과와 반성의 뜻을 밝히면서도 피해 아동 측이 ‘손흥민 이미지 비용’을 언급하며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해 결국 합의가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해 아동 측은 손 감독 측이 ‘처벌불원서’ ‘언론 제보 금지’ 등 조건을 붙여가며 합의금을 올렸다고 주장해 양측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손웅정 감독이 운영하는 ‘SON축구아카데미’ 소속 유소년 선수가 손 감독과 코치진들을 욕설과 체벌 등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6월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사인회를 하는 손웅정 감독.

 

손 감독과 손흥민의 형 손흥윤 수석코치, A 코치 등 3명은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송치돼 검찰 조사를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은 3월 19일 아동 B 군 측이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중이던 지난 3월 9일 손흥윤 코치가 B 군의 허벅지 부위를 코너킥 봉으로 때려 2주간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혔다”고 고소하면서 불거졌다.

B 군이 인천 동부해바라기센터에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당시 경기에서 진 B 군 팀 선수들은 패배했다는 이유로 손흥윤 코치로부터 정해진 시간 내에 골대에서 중앙선까지 20초 안에 뛰어오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B 군을 비롯한 4명이 제시간에 들어오지 못하자 엎드린 자세로 엉덩이를 코너킥 봉으로 맞았다고 진술했다.

B 군은 “(손흥윤 코치가) 못 들어오면 맞는다 했는데, 장난으로 하신 말인 줄 알았는데 네 명이 맞았다”고 진술했다. 진술서에는 손 수석코치가 웃으면서 허벅지에 멍이 든 B 군에게 “너는 잘못 때렸다”고 말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B 군은 구타로 인해 허벅지에 피멍이 들었고, 같이 구타당한 다른 아동은 한동안 걷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카데미 소속 선수들이 함께 사는 숙소에서는 A 코치에 의해 엉덩이와 종아리를 여러 차례 맞았고, 구레나룻을 잡아당기거나 머리 부위를 맞았다는 주장도 진술서에 담겼다. 손 감독으로부터도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이었던 3월 7~12일 훈련 중 실수했다는 이유로 욕설을 들은 것을 비롯해 경기는 물론 기본기 훈련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욕을 들었다는 내용이 진술에 포함됐다.

손 감독은 “X새끼 완전 또라이네” 등의 폭언을 반복했으며, 훈련 도중 실수한 B 군의 목을 잡고 “잘 살피라고 X새끼야”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한 “너 한 번만 더 하면 진짜 짐 싸서 너 집에 보낼거야. X새끼야” 등 강압적인 태도로 욕설을 반복했다고 했다. B 군 측은 “교육을 위해 어느 정도 무섭게 훈련하는 것까지는 이해하지만, 아이에게 ‘죽여버려’ 등의 폭언과 정도가 심한 폭력은 학대 아니냐”고 강조했다.

B 군의 아버지는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내 자식이 맞았다는 데 실망감이 컸고, 아들이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생각하면 화가 나고, 이런 사례가 더는 나오면 안 된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말했다. 사건을 수사한 강원경찰청은 손 감독 등 3명을 지난 4월 중순쯤 검찰에 송치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손웅정 감독은 “최근 아카데미 훈련 도중 거친 표현과 체력 훈련 중 이뤄진 체벌에 관해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이라며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와 그 가족분들께 깊은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밝혔다.

손 감독은 “다만 고소인의 주장 사실은 진실과는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카데미 측은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숨기지 않고 가감 없이 밝히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다”며 “제 모든 것을 걸고 맹세컨대 아카데미 지도자들의 행동에 있어서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 것을 하지 않았다고 할 생각도 없고, 하지 않은 것을 했다고 할 생각 또한 없다”며 “시대의 변화와 법에서 정하는 기준을 캐치하지 못하고 제 방식대로만 아이들을 지도한 점을 반성하고,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훈련에 몰입할 수 있도록 또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고소인 측이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고, 그 금액은 아카데미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안타깝게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도 주장했다.

              ▶손웅정 감독과 함께 피소당한 손흥민 선수의 형 손흥윤 수석코치(오른쪽)

 

손 감독에게 수억 원의 합의금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B 군 측은 “손 감독은 아무런 사과도 하지 않고 연락도 전혀 없는 상태에서 변호사를 통해 수천만 원 상당의 합의금과 함께 기사화 금지, 처벌불원서 작성, 축구협회 징계요구 금지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며 “화가 나서 합의를 거절했더니 합의금 액수를 올리며 반복해서 합의를 종용해 홧김에 ‘정 합의하고 싶으면 5억 원을 가져와라’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손 감독은 정면으로 응수했다. 손 감독 측에 따르면 B 군 부모는 처음부터 합의금으로 수억 원을 받길 원했다고 주장했다. ‘손흥민 선수가 세계적인 선수이고 광고며 이적료며 이미지 마케팅 하는 비용이 얼만데, 돈이 아까운 것이냐’는 이유였다고 한다. 손 감독은 “이 사건을 왜 일반 사건하고 다르게 취급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는 흥민이와 전혀 별개 사건이다. 절대로 흥민이와 결부시키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손 감독 측 법률대리인 김형우 법무법인 명륜 변호사는 “손 감독은 ‘우리가 한 행동이 잘못됐다고 하면 그냥 처벌 받겠다. 굳이 많은 돈 주고 합의해서 나쁜 선례를 만들 필요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그래서 합의금 상한도 3000만 원으로 정했으며 결국 5월 말 합의가 최종 결렬됐다는 것이다. B 군 부모 측이 ‘손 감독이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내용에 대해 김 변호사는 “손 감독이 직접 연락하거나 찾아가면 더 큰 마찰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대신 고소를 당하고 며칠 뒤 손흥윤 등 코치 2명이 B 군에게 찾아가 사과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B 군 변호를 맡은 류재율 법무법인 중심 변호사는 “가해자 측은 본인들 처지에서만 최선을 다해 미화하고 있다”라며 “마치 본인들은 잘못이 없는데 고소인 측을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람으로 언급하고 있으나 이는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또한 손 감독 측의 주장에 “사실과 다르다. 피해 부모는 합의 액수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 ‘손흥민 이미지 비용’ 관련 이야기를 한 적도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 6월 28일 디스패치가 보도한 녹취록에 따르면 B 군 부친은 손흥민의 이적료를 언급하며 5억 원 밑으로 합의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양측은 비밀유지 조항 여부 등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다 B 군 부친이 1억 5000만 원까지 금액을 내렸지만 합의금 조정에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B 군 부친은 손 감독 측 대리인인 김 변호사에게 “5억 원 받아주면 내가 (비밀리에) 1억 원 줄게. 현금으로”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양측이 거센 공방전을 이어가는 가운데 누리꾼들은 ‘프로선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벌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신체적 체벌이 아닌 다른 방식의 훈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한 누리꾼은 “프로축구 선수들이 체벌 한 번, 얼차려 한 번 맞지 않고 프로선수 된 사람 있겠냐. 군대도 절대 보내지 말고 품속에서 곱게 키워라”라는 의견을 남겼다. 반면 다른 누리꾼은 “코치 스타일이 변화해야 한다. 윽박지르고 때리는 훈육은 안 된다. 이것을 반면교사 삼아 군대도 변화해야 하고 경찰도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SON축구아카데미의 훈련 방식에 대한 학부모들의 평가도 찾아볼 수 있다. 2018년 한 축구선수 학부모카페에서는 SON축구아카데미에 대해 “부모가 함께 있는 데도 훈련 중 수시로 욕설을 하는 등의 강압적인 훈련 방식에 지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절대 가면 안 되는 곳” “손흥민 하나 키워놨다고 갑질의 끝을 보는 것 같다” 등의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손 감독 측은 훈련 중 선수들 독려 과정에서 욕설이 나올 때도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28일 일요신문)